최근 미국 보건성 보고에 의하면 환자의 투약과정에서 매일 평균 12%의 실수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Patient Drug Doses, 1982) 이러한 투약 과정상의 실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템풀대학의 약학과 교수 코헨(Cohen)과 데이비스(Davis)의 저서 <의료사고의 원인과 대응: Medication Errors: Causes and Prevention (1981)>에 의하면 투약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병원 근무자들이 환자 주치의의 지시에 너무도 맹목적으로 복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 많은 투약 사고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는 현상은 병원의 환자, 간호사, 약사, 그리고 인턴, 레지던트들이 담당 주치의의 처방전을 전혀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점이라고 그들은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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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헨과 베이비스가 제시한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귀에 염증이 있는 환자의 주치의는 환자의 오른 쪽 귀에 투약할 것을 지시하였다.
그러나 처방전에
라고 쓰는 대신 약식으로 라고 적었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 든 간호사는 라고 읽고 귀에 넣어야 할 약을 환자의 항문에 집어 넣었다.
귀에 염증이 있는 환자의 항문에 투약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지만, 환자 자신이나 간호사 어느 누구도 이 처방전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Robert Cialdini지음 이현우 옮김 <설득의 심리학>에서
치알디니는 이 사례로부터 권위에 무조건적으로 승복함으로써 쉽게 설득당한다는 심리학적 설명을 이끌어 내고 있다. sureGMP는 이 사례에서 일단 글로 쓰여있거나 인쇄된 것에 대하여, 특히 상사나 선임자의 서명이 있는 문서는 그 내용의 과학적 타당성은 차치하고라도 그 판본의 진위 또는 변조 가능성에 대한 아무런 검토없이 거의 맹목적으로 따르는 GMP현장의 모습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자기에게 검토가 의뢰된 문서도 그 문서 작성자가 자기보다 직급이 높다거나 그 업무의 실력자라는 생각에서 굳이 내가 볼 것 뭐 있겠냐며 성의 없이 읽고 서명하는 예가 드물지 않다.
문서나 기록의 검토 확인은 권위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가장 기초적인 실수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 대책임을 기억하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