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부터 준비한 것
sureGMP
2005-11-14 00:00
271
눈이 오면 일단은 모두들 좋아 한다.
나도 좋아한다.
일요일 이른 아침 어둠 속에 등산 복장을 하고 나섰는데 눈이 소복이 쌓였다. 날씨는 맑다. 동이 터오는 길을 걸어 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아침 해가 떠 오르면 하늘은 쨍 소리가 날 만큼 파랗게 맑고 웬만큼의 산행으로 추위는 잊은 지 오래다. 그 때 산 아래를 굽어보면 시야에 들어오는 눈 덮인 산과 들. 그리고 앞으로 오를 정상에 쌓인 눈, 그리고 손 닿는 곳의 솔가지에 쌓인 눈. 그 위에 내려 앉은 겨울의 따사로운 햇살! 햇살에 눈은 녹고 찬 바람에 눈 녹은 물은 다시 얼어 햇살에 반짝인다.
온 세상을 덮은 순백의 눈과 따사로운 햇살과 차가운 바람의 조화 ----신비스럽기만 하다. *************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지요. 하산하여 보면 시내는 온통 먹물을 흩뿌려 놓은 듯 깨끗함은 사라진 지 오랩니다. 그 뿐인가요 골목길이나 아파트에서는 바닥에 얼어붙은 눈을 긁어내고 있습니다. 긁어 내어서는 길 가장자리 하수구 위에 쌓아 놓습니다. 오늘 하루에 다 녹아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내일은 그것이 다시 얼어 하수구마저 메워서 내일 낮엔 얼음 녹은 물이 흘러 갈 곳이 없어 온통 길바닥으로 넘쳐 흐르고 …그렇게 며칠을 계속하면, 혹시 눈이라도 한 번 더 오면, 도시의 더러움은 그 도를 더해갑니다.
지난 가을 그 아저씨가 아파트 뜰의 낙엽을 쓸어 그 하수구 속으로 밀어 넣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의 더러움은 지난 가을부터 준비한 것이었으며 오늘 더욱 심화해 가고 있습니다.